*2012-06-30 추가 : 이 글이 올라가고 나서 주변 동료들과 몇몇 토론을 했다. 큰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잡스가 이룬 진보는 컴퓨터 세계에서 별거 아니다’ 하는 지점이다. C를 만든 사람, 인터넷을 만든 사람 등등. 난 여기 동의한다. 잡스가 천재적이었던 것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상품화였던 것 같다. 둘, ‘창의성은 단지 잡스만의 것이었는가’ 하는 지점이다. 이것 역시 수많은 애플 엔지니어의 공을 잡스가 모두 가져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잡스는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 뛰어난 감독이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러나 그를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여튼, 자본주의와 창의성에 대한 탐구를 좀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2012-06-30 추가 끝.)

이렇게 갑작스럽게 잡스가 죽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애도를 표한다.

나는 사회주의자고 잡스는 기업 CEO다. 그래도 그가 일군 기술적 혁신이 나의 삶을 훨씬 윤택하게 했으므로, 또한 그의 삶이 영감을 주는 바가 있으므로, 나는 그를 애도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트위터에서 발견한 한 마디.

RT @dasiy18: 잡스가 죽은게 뭐 그리 대단하냐 라고 묻길래 ‘잡스가 없었으면 아마도 우린 지금도 핸드폰에서 네이트 버튼을 보고 있었을꺼야’ 라고 답해주었다.

물론, 애플이 다소간의 책임이 있는, 폭스콘의 혹사노동을 조금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어쨌든 잡스는 인간의 노동보다는 주주들의 이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그리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CEO 였으니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창의적인 기업의 두 얼굴)

여튼간에, 잡스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간명하다.

‘저런 창조성이 단지 애플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해서 사용됐으면 좋겠다.’

창조와 혁신의 확산을 가로막는 자본주의

그렇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개별 기업간의 경쟁으로 점철된 자본주의가 창조성과 혁신이 전 인류를 위해 사용되는 걸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잡스는 그 적극적 일부이기도 했다.

잡스는 특허권을 소중히 여겼다. MS에 헐값에 GUI 사용을 허락하는 바람에 자신이 대중화한 GUI를 MS가 사용해 PC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괴롭게 지켜 봐야 했던 경험이 오늘날 애플의 공격적 소송을 낳게 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GUI 자체도 잡스가 제록스 연구소에서 보고 상용화한 것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황당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폰4의 디자인 모양 –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전화기 아이콘 등등 – 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이건 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황당하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 자본주의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좀더 명확한 특허권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바로 멀티터치 기술에 관한 것이다. 애플의 멀티 터치 기술은 아주 깔끔하다. 그렇게 부드럽게 멀티터치를 구현한 안드로이드폰을 아직 사용해 보지 못했다. (최신 폰은 아이폰만큼 터치가 부드럽고 깔끔할지도 모르겠다.) 애플은 멀티 터치 기술에 특허를 갖고 있다. 다른 기업은 이걸 사용하지 못한다. 자본주의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애플을 망하게 할 수도 있으므로 애플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기업 이윤이 지상 가치가 아닌 사회를 생각해 본다. 나는 북한이나 소련과 같은 사회는 국가자본주의라고 생각하므로, 그런 식의 사회주의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마르크스가 처음에 그렸던, 개인의 발전이 사회의 발전이 되는 그런 사회다. 그런 사회는 어쩌면 오늘날 일각에서 주장되는 생산자들의 수평적 조합과 유사한 모습일 지도 모른다. (거기에 세계적 연합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를 경제에도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윤이 지상 과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가 지상 명제가 되는 그런 사회에서였다면 잡스도 마음편하게, 모든 혁신을 전 인류를 위해 무료로 개방하면서 훨씬 더 광범위하게 역사 발전을 이끌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 모든 질곡에도 불구하고, 잡스는 인간의 창조성이 얼마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잘 보여 줬다. 자본주의의 질곡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흔치 않게 그의 죽음이 안타깝다.

다가올 미래는 잡스 같은 이들의 창조성이 모든 인류를 해방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2011-10-08 추가

애플 코리아가 추도사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실었다. 국어교육 전공인 내 입장에서 봤을 때 문장이 깔끔하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