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가 나온 날, 전화를 두 통 받았다. 하나는 누나였다. 아이폰5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혹평이 많아서 고민이라고 했다. “아이폰은 나올 때마다 혹평이었어.” 한 마디에 누나는 “그래?” 하며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두 번째 전화도 비슷한 내용이었고 비슷한 대답을 해 줬다.

앞선 글(애플과 삼성)에서 애플이나 삼성이나 똑같이 나쁜 놈들이라고 싸잡아 비난했지만, 제품을 비교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이폰5는, 내가 사용해 보지도 않았지만, 살 만한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혁신이 없다고 혹평을 쏟아내는 건 의아하다. 애플은 늘 이정도만 제품을 개선해 왔다. 가끔 큰 거 한 방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근데 정말 그런가? 내 단편적인 기억들에 스티브 잡스가 가져온 큰 혁신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 아이맥. 컴퓨터 본체를 모니터 안에 집어넣어서 무슨 가전제품처럼 만들었다. 이 컴퓨터 진짜로 코드만 꽂으면 돌아간다. 멋지다. 끝! 그담부턴 자잘한 개선.
  • 맥북 에어. 졸라 얇다. 그런데 쓸만해! 끝!
  • 아이폰. 핸드폰으로 인터넷 한다. 어플들은 실용적이야! 끝! 그담부턴 자잘한 개선.
  • 아이패드. 인터넷 할라고 컴퓨터 켜고 책상에 각잡고 앉고 이런 거 안 해도 된다. 끝! 그담부턴 자잘한 개선. (레티나 정도?)
  • 앱스토어. 프로그램 편하게 깔고, 심지어 돈주고 사서 쓰게도 했다. 끝! (그담부턴 자잘한 개선)
  • 아이튠스. MP3를 적절한 가격에 돈주고 사서 듣게 만들었다. 편리하게 해서. 끝! (역시 자잘한 개선 계속)
  • 레티나 디스플레이. 씨바 졸라 선명해. 끝!
  • 시리. 음성으로 기계를 조작하는 것들 중에 처음으로 ‘사용 가능’한 게 나왔다. 끝! (역시 개선중)

뭐 이런 것들이다. 그리고 맥북 에어든 아이폰이든 앱스토어든 아이맥이든 레티나든 시리든 최초 발표는 쫌 멋졌고, 그 다음부터는 조금씩 성능개선을 해 갔다. 그게 다다.

아이폰5? 그래 뭐 졸라 멋진 혁신 하나 하길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뭐 잡스가 있을 때도 졸라 혁신만 있었던 건 아니다.

  • 아이폰. 이건 그 자체로 혁신이었다.
  • 아이폰3G 이 때부터 앱스토어가 시작됐다. 그거 말곤 별거 없다. LTE되는 것처럼 3G 되는 게 다였다.
  • 아이폰3GS 이거 그냥 속도 빨라졌다. 혁신 없다고 욕할라면 이 때의 아이폰부터 욕해야 할 거다.
  • 아이폰4? 레티나랑 새로운 디자인이 사람들을 흥분시켰지. 별 거 없다.
  • 아이폰4S? 혁신 없다고 떠들다가 시리한테 당했지. 그 때도 어떤 언론들은 “애플이 하드웨어 스펙으로 경쟁하다니, 잡스 죽더니 망했네” 하고 비웃었다. 나참 이렇게 근시안적이다니! (아니면 의도적으로 폄하하는 거겠지. 뭐가 되든 나쁘다.)

아이폰5가 나왔는데 비슷한 이야기들을 한다. 지겹지도 않나. 둘 중 하나다. 언론들이 바보거나, 소비자를 호구로 알거나.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이게 무슨 혁신이냐며 사람들은 비웃었다. 화면만 키운 아이팟이라는 게 조롱의 요지였다.

아이폰의 매력은 당연히 하드웨어 스펙이 아니다. 신제품에만 추가된 무슨 졸라 멋진 기능도 아이폰의 최대 매력이 아니다. 모든 아이폰에, 그리고 아이폰을 넘어 모든 애플 제품에 일관되게 적용된 사용자 경험이 바로 아이폰의 최대 장점이다. 그리로 그건 기계가 사용하기 편한 걸 넘어서 거대한 생태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는 거다.

언론들은 아이폰4와 아이폰5 사이에 거대한 장벽을 주문하고, 그걸 ‘혁신’이라고 부르는 거 같은데, 그딴 혁신 없는 게 낫다. 나온지 6개월 만에 신제품이 병신폰이 되는 걸 ‘혁신’이라고 부른다면 그딴 혁신 없는 게 낫다는 거다. 애플 아이폰의 매력은 그딴 데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내 아는 사람은 아이폰3GS를 사용한다. 얘가 이제는 iOS6도 돌리게 될 거다. 최신 기능을 거의 다 쓸 수 있다. 레티나?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못 쓰는 건 아니다. 시리? 필수 아니잖아. 있으면 좋은 거지. 전면 카메라? 필수 아니잖아. 있으면 좋은 거지. 페이스 타임? 필수 아니잖아. 있으면 좋은 거지. 그런데, 하드웨어 한계 때문에 안 되는 거 말고는 다 된다. 이게 대박인 거다. 애플이 제공하는 거의 모든 서비스(그래, 서비스 말이다. 서!비!스!)를 2009년 6월에 소개된, 그러니까 지금부터 3년 3개월 전에 출시된 폰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졸라 대박.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말해 주면, 삼성은 2009년 6월에 옴니아2를 발표했다. 무려 옴니아2! 아이폰3GS는 아직도 현역이고 옴니아2는? 주변에 가진 사람 있는지 찾아 봐라. 내 주변엔 아이폰3GS 쓰는 사람이 아직도 둘이나 있다. 이게 아이폰의 힘이고 매력이다. 스펙이 아니다! (사족이지만 첫 아이폰은 2007년 1월에 소개됐다. 삼성이 2009년에도 옴니아2 따위나 만들고 있을 때 말이다.)

옴니아뿐이 아니다. 삼성은 그 때 일명 ‘스타폰’으로 불리는 S5230, S5600 모델도 발표했다고 하는데… 누구 기억하시는 분? (물론 유럽 모델이라고 한다.)

그니까 요약하면 아이폰의 매력은 ‘혁신’에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안정성에 있다는 거다. 아이폰 그 자체가 혁신인 이래로 아이폰은 컨셉 그 자체에서 변한 게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폰을 계속 안정적으로 지원했다. 안정적으로 말이다. 혁신한 게 아니라! 이 사람들아!

즉, 애플은 혁신적 시장을 열고 그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참고로 넥서스 원, 넥서스S 같이 직접 구글 상표를 달고 나온 폰은 그나마 운영체제 지원이 나은 편이다. 물론 2010년 1월에 나온 넥서스 원은 2011년 11월에 나온 운영체제부터업데이트 지원이 끊겼지만 말이다. 안드로이드 1위 사업자인 삼성은 엄청 노력해서 늦더라도 웬만큼 업데이트를 지원해 주는 것 같은데 품질은 글쎄다.)

스펙 한 번 볼까?

한참 아이폰의 매력은 스펙이 아니라고 해 놓고 왜 스펙을 비교할까? ‘진짜’ 스펙 비교를 해 주려고 그런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내 ‘경험’을 이야기해 주려고 말이다. 그리고 내 경험이 시중에 깔린 언론들에서 숫자들 늘어놓으며 비교한 거보다 훨씬 더 가치있을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나는 아이폰4를 사용한다. (이제 판매되는 아이폰 모델 중 최고로 구식 폰이 됐다.) 그런데 아이폰4는 여전히 빠르다. 갤럭시S3가 얼마나 빠른지는 모르겠다. (빠르긴 할 거다.) 그래도 아이폰4는 사용하기에 별 불편이 없다.

물론 트위터 공식 앱처럼 특별히 느린 앱은 있다. 아이폰5를 사용하면 트위터 공식 앱을 띄우는 데 5초나 걸리진 않겠지. 하지만 대부분의 앱은 잘 뜬다.

이게 핵심이다. CPU의 물리적 속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진짜’ 스펙 말이다.

주변에 갤럭시 노트를 사용하는 사람이 몇몇 있다. 시스템을 손봐 주느라 몇 번 사용해 봤다. 터치감부터가 답답했다.

갤럭시 노트의 하드웨어 스펙? CPU가 1.4기가헤르쯔에 듀얼코어다. 아이폰4는? 1기가헤르쯔 싱글코어다.

기술용어가 헷갈릴 거다. 그래서, 좀 부정확해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주자면, 아래와 같다.

  • CPU 속도
    • 갤럭시 노트 = 2.8
    • 아이폰4 = 1

(물론 듀얼코어가 싱글코어보다 2배 빠르다고 할 순 없지만 단순하고 보기 쉽게 쓴 거다.)

그런데? 체감속도는 아이폰4가 더 낫다. 그리고 갤노트 사용할래 아이폰4 사용할래 하면 난 당연히 아이폰4를 고를 거다. 이유야 종합적이지만, 여튼 속도 면에서도 아이폰4가 낫다는 거다.

왜? 운영체제 최적화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는 좋은 운영체제다. 뭘 좀 아는 사람들에게. 나는 돈이 있으면 안드로이드 폰도 하나 장만하고 싶다. 왜? 개발에 쓰게. 안드로이드에는 심지어 윈도우XP도 깔아서 스타도 돌릴 수 있다. 와우! 멋진가? 그런데 그런 거 할 일반 소비자들은 없다. 그냥 전화랑 인터넷, 카톡 되면 된다.

왜 아이폰은 하드웨어 스펙이 딸려도 빠른가?

자. 카트라이더를 생각해 보자. 친구랑 스피드 경주를 한다. 멀티 플레이는 아니고 그냥 싱글플레이를 한다. 친구는 랜덤 맵이고, 나는 맵을 하나만 판다. 1시간 동안 누가 더 빨리 많이 돌까? 당연히 맵을 하나만 판 내가 더 빠를 거다.

안드로이드는 너무나 많은 하드웨어에 맞춰 줘야 한다. iOS는? iOS6는 3GS, 4, 4S, 5. 단 네 개의 기종에만 맞추면 된다. 안드로이드가 수백 개의 랜덤맵에 다 적응해야 하는 친구라면, 아이폰은 단 네 개의 맵에만 적응하면 되는 거다. 아이폰이 그래서 빠른 거다. 그런데 왜 언론은 하드웨어 스펙만 비교할까? 뭐, 바보거나 딴 뜻이 있거나.

배터리

배터리도 운영체제랑 연관있다. 아이폰은 운영체제 최적화가 잘 돼 있고, 각 앱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운영체제가 엄격하게 관리한다. 일단 기본적으로, 백그라운드에서 아무 앱이나 돌릴 수 없다.

안드로이드는 좀더 자율성이 있다. 좋은 말로 그런 거고 나쁜 말로는 제멋대로다. 그래서 좀더 기능을 많이 쓸 수 있는 건 있지만 배터리 측면에선 안 좋다. 백그라운드 앱을 사용자가 관리해 줘야 한다. 일반인들에게 어떤 폰이 배터리가 빨리 닳까? “백그라운드앱”이 뭔지 못 알아듣는 사람들 중 태반이 배터리가 막 닳고 있는 안드로이드 폰을 사용할 거다. 하지만 아이폰 사용자라면 “백그라운드앱”이 뭔지 못 알아들어도 상관 없다. 아이폰이 알아서 관리한다.

(백그라운드 앱 : 사용자가 다른 앱을 쓸 때도 늘 실행되고 있는 앱. 백신 같은 거. 아이폰에선 음악 관련 앱만 백그라운드에서 돌릴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몇 개 더 있지만.)

배터리 탈착이 안 되서 아이폰은 못 쓰겠다고 하는 건 글쎄다. 취향이 그럴 수 있다. 말리지 않겠다. 그런데 배터리가 조루라서라는 말은 마라. 같은 배터리에선 대부분 아이폰이 오래 간다.

그리고 탈착은 못해도 보조 배터리 사용할 수 있다. 보조배터리로 충전하는 게 나는 핸드폰 끄고 배터리 갈아 끼우는 거보다 편하더라.

AS

선호가 갈릴 수 있다. 리퍼는 말이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국산폰 AS가 더 낫다. 그런데 리퍼, 받아 보니 나는 괜찮던데. 홈버튼 때문에 무상 리퍼 받았는데, 기스까지 다 사라졌다. 수리보다 빠르고. 그냥 받아 오면 되니까.

물론 유상 리퍼인 경우엔 골때린다. 홈버튼 안 눌리는 것때문에 17만 원 들여야 하는 건 문제다.

(리퍼 : 부분수리 없이 통째로 폰을 바꿔주는 거. 물론 새거는 아니고 내부수리한 다음 외장만 새로 입힌 거다.)

이 경우는 가치판단 문제다. 나는 한 번의 AS보다 지속적으로 훌륭한 사용자 경험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놈을 2년 동안 쓰다가 AS 한 번 편한 게 뭐 그렇게 좋은지 나는 모르겠다. 나의 2년 핸드폰 사용경험은 17만 원쯤의 가치가 있다. (AS 문제는 복잡함 문제가 아니라 돈 문제니까.)

물론 지방에 살아서 근처에 애플 AS 센터가 없다면 좀더 다른 변수가 생기는 거다. 그건 알아서 판단하시라. 돈도 더 들고 좀더 불편해지는 거니까.

이건 일반인들에게 권할 건 아니지만, 여튼 용산 가면 부분 수리 가능하다고 한다. 해 본 적은 없지만서도. (덧붙이자면, 미국에선 애플도 AS 끝내준다고 한다.)

(아, 그리고 스마트폰 보험은 무조건 제일 비싼 걸로 들어라. 나중에 피눈물 흘리지 말고. 12만 원 아끼려다가 30만 원 날린다.)

결론.

결론은 한 이거다. 아이폰5에 혁신이 없다며 욕하는 언론은 바보거나 딴 뜻이 있는 거다. 끝!

사족

이건 사족인데, 자본주의에선 애플 같은 대기업이나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는 것 같다. 중소기업은 이런 장기적 투자를 할 수 없을 거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문제다. 자본주의 경쟁이 혁신을 부르긴 개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