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ZDnet에서 “애플, 초강력 터치스크린 특허…업계 비상” 이라는 기사를 봤다. 애플이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에 관한 특허를 확보했는데, 여러 개의 손가락으로 조작을 하는 방법을 거의 다 담고 있기 때문에 다른 휴대폰 업계들이 이 특허를 피해 휴대폰을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는 거다.

일부를 인용해 보자.

레이븐 자카리 전 특허분석가이자 iOS개발고객 대상의 컨설턴트는 “애플이 급부상하는 시장에서 동작특허를 광범위하게 적용해 특허 방어에 나선다면 다른 기술회사의 기술혁신을 막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특허는 스마트폰의 가장 기본적 특허를 담고 있다. 즉, 반도체의 킬비특허로 불릴 만 하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특허는 터치스크린 상에 보이는 엘리먼트를 이동시키는 모든 방법을 담고 있다.

(중략)

플로리안 뮬러라는 특허전문가는 이와관련 “이 특허는 멀티터치제스처를 가진 움직이는 터치스크린콘텐츠의 기본적 유저인터페이스개념을 담고 있다”며 “이는 제스처인식을 위해 프로그램된 한가지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그렇게 하기 위한 모든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특허는 이 부분과 관련한 모든 솔루션관련 문제에 대한 효율적이고 배타적인 주장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터치스크린 상에서 움직이는 대상을 멀티터치 제스처로 조작하는 것은 매우 필수적인 기능”이라고 덧붙이면서 “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이 멀티터치 조작기능없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킬비특허가 뭘까? 이건 64년에 채택된 특허가 2001년까지 반도체 업체들을 ‘괴롭힌’ 걸 말한다. 기본적인 반도체 기술에 대한 특허인데, 이 특허를 소유한 TI사는 세계 반도체 업체들에게 판매액의 10%를 로열티로 요구했다고 한다. 완전 대박. ㄷㄷ;; (참고: [인사이드IT] 세계 최초의 IC회로와 킬비 특허)

기술은 누구의 것일까

사실 특허권이라는 게 좀 그런 면이 있다. 내가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하나의 기술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기반 기술이 많이 필요하고, 만약 기반 기술들이 가로막혀 있었다면 새로운 기술이 제대로 발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자, 특허라는 것 자체에 대한 논의로 들어가 보자. “매수된 대학”이라는 글이다.

“과학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터놓고 정보를 나눠갖는다는 것입니다.” 스티븐 로젠버그의 말이다. 국립 암 연구소에서 일하는 로젠버그는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암 연구자이다. “생명공학 기업과 제약 기업이 점점더 많은 연구비를 대면서, 정보를 마음대로 주고받지 못하게 하는 흐름이 생겨났습니다.” 로젠버그가 처음으로 이 문제와 마주친 것은 몇년 전이다. 당시 로젠버그는 아직 실험 단계에 있는 암 치료법을 시험하려고 쓸 시약의 적정량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정보를 쥔 기업은 로젠버그에게 비밀협약을 체결하라고 요구했다. 거절당한 기업은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로젠버그는 기밀유지가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고 생각했고, 모든 과학자들과 연구 기관들이 비밀협약을 원칙적으로 거부하라고 호소했다. 소수가 로젠버그의 외침에 응답했다. 미국의학협회지에는 1997년 대학에 속한 과학자 2167명을 상대로한 조사 결과가 실렸는데, 5명 중 1명 꼴로 독점 정보를 지키려고 6개월 이상 발표를 미룬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미루는 것을 용인했다. 로젠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업에서 미덕인 것과 과학에서 미덕인 것은 서로 어우러지기 힘듭니다. 이것이야 말로 과학의 진짜 어두운 면입니다.”

특허 자체가 과학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과도 연결지을 수 있겠다.

위에 인용한 것은 과학 연구를 후원한 기업이 연구가 발표되기 전에는 연구중인 것을 공개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 것에 대한 불만인데, 이건 모든 분야와 연관지을 수 있다.

당연히 특허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사용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로열티가 부담스럽다면? 이런 고민에 부딪히는 것 자체가 기술 발전을 제약하는 한 요인이 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허권

특허권에 대해서는 비판 자료가 많고, 내가 논평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알지도 못한다. 자세한 자료들은 차차 찾아 보기로 하자.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과거의 성과들, 공개된 지식들을 바탕으로 현재의 기술이 만들어진다. 누적되는 것이다.

탑을 쌓는 것으로 생각해 보자. 마지막 꼭대기 돌을 올려야 탑이 완성된다. 탑이 완성되기 전까지 이 탑은 아무 기능도 할 수 없다.

철수가 마지막 돌을 올렸다. 이 탑은 누구의 것일까?

특허권은 마지막 돌을 올리는 데 많은 노력이 들고, 따라서 그 공로를 인정해 주는 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정당한 일일까?

자본주의가 기술을 제약한다

내가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금 당장 특허권을 제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해법이 필요할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현재의 특허권이 기술 발전과 그 이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때 애플이나 삼성같은 대기업이 특허권이 없어 망하는 그림을 생각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흔히 특허권이 약자를 보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특허가 필요한 이유는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1. 특허권을 엄청 많이 소유한 대기업 보호
  2. 중소기업이나 발명가 개인을 보호

사실 1번이 더 중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본다.

2번은 해결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평균적으로 먹고 살 만한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즉, 기본소득제 같은 제도가 도입된다면 누구나 자신의 성과를 ‘명예’라는 것만을 바탕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제가 뭔지에 대해서는 이 기사를 참고하면 된다: 한겨레, 평등한 사회 꿈꾸는 ‘기본소득제’)

혁신과 특허

대기업 경쟁은 좀더 복잡한 문제다. 혁신을 이룩한 기업이 기술을 침해받아 그 열의를 상실하게 된다면? 아마 모두들 애플을 떠올릴 것이다.

잡스가 없던 시절 애플 사장 스컬리가 GUI 사용을 MS에 허용해 준 것이 애플 최대의 실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맞는 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럴 것이고, 그런 식으로 혁신을 도둑질당하면 누구나 의욕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사실 GUI라는 게 기술적으로는 별거 아니고 사고를 바꾸는 건데, 그런 혁신이 많고, 배끼기도 쉽다.

대기업도 경쟁의 와중에 있으므로 그런 혁신을 도둑맞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위기를 겪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실 특허 없는 지속적 혁신이 가능하게 하려면 자본주의의 산업 경쟁 자체를 폐지하는 게 필요해질 것이다.

기업과 기업이 경쟁해야만 살아남는 체제가 아니라면? 누구나 창발적인 시도를 하고 그 공로를 인정받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사회라면? 굳이 기업이 특허권 소송에 진을 빼지 않고 창조력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지식의 자유로운 공유가 가능한 사회, 그런 사회는 자본주의 하에서는 올 수 없다. 그리고 많은 논쟁이 공전하는 이유도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건드리지 않고 논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자세히 설명할 능력이 없어서 이만.

자본주의 경쟁 관련해서는 다음 글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 광란의 시장에 대한 진정한 대안

▷ 경쟁 없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 실천가들을 위한 마르크스주의 입문 15 – 자본주의의 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