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내린 결론을 공유합니다. 링크를 걸 때 현재창 띄우기가 나은가, 새 창 띄우기가 나은가 하는 점에 대한 결론을 내리게 해 준 이야기입니다.
지금 제가 작업중인 사이트에는 조직의 연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연혁에는 관련 링크를 걸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예컨대 “1980년 설립”이라는 연혁이 있으면 관련 사진으로 가는 링크를 걸 수 있는 식입니다.
그런데 담당자가 저한테 이야기하기를, 연혁에서 링크를 클릭한 다음에 다시 연혁으로 돌아가려면 메뉴에서 찾아서 다시 연혁을 눌러야 하기 때문에 몹시 번거롭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새 창 띄우기가 돼 있다면 원래 창으로 돌아가면 될 테니 새 창으로 띄워 주겠다고 할까?’ 하고 생각하면서 사이트를 살펴 봤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미 링크는 새 창 띄우기로 개발돼 있었습니다.
즉, 상대방 담당자는 새 창 띄우기 때문에 “뒤로 가기” 버튼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불편해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뒤로 가기” 버튼이 작동하게 해 드리면 될까요? 하고 물으니 “그렇게 하면 아주 좋다”고 답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사이트에서는 현재창, 외부 사이트로 내보낼 때는 새 창으로 띄우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용성에 대해 공부를 했고, 많은 사용성 전문가들은 웹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링크는 현재창에 띄우라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미숙련자들은 새 창으로 인해 길을 잃게 된다고 말입니다.
시대의 변화?
이 문제는 문제는 오랫동안 저를 고민하게 했습니다. 저는 시대가 변하지 않았나 하고 고민했습니다.
탭 브라우징은 창보다 새 창이 뜨는 것을 인지하기 편한 측면이 있습니다. 창은 새 창이 과거의 창을 가려 버리는 일이 벌어졌지만 새 탭은 과거의 탭을 완전히 가리지 않습니다.
모바일 브라우징도 고려했습니다. 아이폰 사파리는 새 창으로 띄워도 띄운 직후에는 뒤로 가기가 유지됩니다.
모바일 브라우징의 전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는 또 달랐습니다. 모바일 브라우징에서는 새 탭이 과거의 탭을 완전히 가리므로 현재창 띄우기가 낫다는 데 힘을 실어 주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용자의 입장
어제 대화에서는 과거의 사용성 원칙이 현재에도 유효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이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것은 “뒤로 가기” 버튼과 “앞으로 가기” 버튼이라는 기능으로 구현됩니다.
새 창 띄우기는 그런 맥락을 제거해 버립니다. 시각적 실마리를 제공하지만, 어느 정도 숙련된 사용자만이 그런 실마리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가 숙련된 사용자만을 고려하는 곳이 아니라 미숙련 사용자도 고려해야 하는 곳이라면(숙련자만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 창보다는 현재 창으로 링크를 띄우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물론 이 때도 가입 양식 도움말 링크 같은 예외적인 페이지들이 있습니다).
사실 사용자들에게 웹은 하나의 거대한 구성물입니다. 우리는 우리 웹사이트와 다른 웹사이트를 칼같이 구분하지만 사용자들은 검색엔진 속에 스쳐가는 하나의 사이트일 뿐인 경우도 많습니다. 사용자들은 순서대로 웹 페이지를 탐색하고, “앞으로 가기”와 “뒤로 가기” 버튼을 이용해 자신의 맥락을 앞뒤로 탐색합니다. 우리 사이트를 별도의 창으로 구분해 맥락을 형성할 이유가 사용자들에게는 없습니다.
사용자들이 새 창을 띄웠다가 끈 뒤 다시 자신의 맥락으로 돌아가 “뒤로 가기”와 “앞으로 가기” 버튼으로 자신의 탐색을 이어 간다면 우리가 띄우게 한 새 창은 사용자들의 맥락 속에서 퇴출당하는 결과를 낳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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