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뷰 참가를 마치고 한참 동안 일하고 돌아와서 급히 포스팅한다.
길게 쓸 정도로 능력도 안 되고, 날카롭지도 못하다. 내가 느낀 것을 중심으로 쓴다. 도움이 됐으면 한다.
행사 총평
일단 데뷰 자체가 네이버의 서비스 개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것이고, 개방된 여러 서비스에 대해 들었는데, 특히 제로보드XE가 아주 강조됐다.(물론 CUBRID나 nFORGE도 많이 강조했다. 게임 쪽은 관심을 갖고 듣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언뜻 들은 바로는 게임오븐과 게임 오픈마켓이 강조된 듯하다.)
제로보드XE로 구현 가능하다고 하는, 미니마켓은 아주 인상깊었다. 독립 사이트들이 큰 걱정 없이 안전결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로보드XE의 가치는 급상승할 듯하다.
휴대폰SMS 기능을 XE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자체로 나쁜 일은 아니지만 실용성은 썩 모르겠다. 이게 아주 중요한 기능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확실히 이런 것을 간단히 할 수 있다는 발표를 들으니 신기했다.
네이버가 오픈 플랫폼으로서 XE에 꽤 공을 들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XE의 안정성에 대한 클래임이 많아서 사용을 꺼렸었는데, 어쨌든 국내 최고 IT 기업인 네이버가 후원(개발?)하고 있다니 안정성을 믿어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DURPAL이나 PHP NUKE 같은 오픈소스 CMS가 한글이 아니라 부담스러웠는데, 한글로 잘 만들어진 CMS라면 분명히 독립 사이트를 훌륭히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것만으로도 네이버는 큰 기여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건, 내가 네이버 데뷰에서 받은 핵심적 인상은 이것이었다. 4개의 트랙, 한 트랙당 4개의 강연이 있었는데, 총 16개 중 4개만 들은 내가 부분적인 것만 종합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이상의 것이 분명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어쨌든 나는 제로보드XE를 위주로 주로 들었고, 내가 받은 인상은 위에서 말한 바대로다.
단면들
위에서도 썼지만, XE로 구현할 수 있는 기능들 소개가 아주아주아주 인상깊었다.
NTAF(엔타프라고 읽더라) 설명도 인상적이었다.(소개, 활용) 사실 사이트 테스트는 자동화하면 좋지만, 자동 테스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더 오래 걸리는 일이라고 생각해 수동으로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었다. 당연히 대규모 서비스를 하는 데서 이런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 게 순리, 네이버가 그 역할을 한 것이니 아주 좋은 일이다.
제로보드 스킨 제작 가이드는, 절반 듣고 듣고 싶었던 다른 세션이 있어서 중간에 나왔는데, 앞부분 설명은 거의 CSS에 대한 설명, 트리구조에 대한 설명 등이어서 실습을 기대하고 갔던 나에겐 좀 실망스러웠다. (발표자분의 발표 내용 자체는 좋았다. 다만 기대하던 내용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 튜토리얼 룸에 있는 컴퓨터는 왜 설치해놓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개발 환경이 갖춰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왠걸 IE6(심지어 6였다;;)만 깔려있었다. 제로보드XE라도 설치돼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도대체 왜 설치해 놓은 컴퓨터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다른 데 있는 컴퓨터는 달랐는지도…)
DB 구조에 대한 심도있는 설명은 사실 초보인 내가 알아듣기는 어려웠으니, 평가할 수가 없다. 전달할 수도 없다. 거의 이해를 못했으니까. 다만, 훌륭한 백업기능과 분산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CUBRID 설명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렇다면 좋은 일이구나, 한 번 써보면 좋겠다, 그런데 어차피 우리 팀은 다 mysql 쓴다… 이정도 생각이 들었다. 다만, CUBRID가 대규모 사이트도 잘 소화할 수 있다고 했으니, 대규모 프로젝트를 할 때 한 번 공부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었다.
데브피아에서 nFORGE를 활용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기 때문에 뭐라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냥 좋은 이야기 하는 시간처럼 들렸다. 게다가 사이트 홍보성 이야기를 계속 하셔서…
키노트는 별로였다. 5분만에 할 이야기를 30분 동안 한 느낌? 시간이 좀 아까웠다. 비유야 좋았지만, 그냥 5분 동안 이야기하지… 그냥 16개 세션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해 주고 동영상 시연 같은 걸로 눈을 사로잡았으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내가 기획자가 아니니까 이게 더 낫다 저게 더 낫다 하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대충 말하자면 그랬다.
물론, 네이버의 오픈소스가 얼마나 웹 생태계에 기여했는지 수치로 표현한 것은 아주 좋았다. 제로보드XE를 활용해 만든 사이트가 78,000개라는 사실은 놀라웠다. 이런 걸 좀더 강조했다면 훌륭한 발표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그리고, 논란이 되는 쟁점을 비껴간 것은 보통은 됐어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듣기에는 부족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오픈캐스트가 진정한 개방이냐에 대한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나는 여기에 대해 정리된 입장이 없다.)
깔끔한 행사 진행
깔끔한 행사 진행이 아주 돋보였다. 일단 장소가 호텔이라서 먹고 들어가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압권은 모두에게 점심을 쏜 거다. 내가 먹은 돈까스는 8500원짜리였다. 배포가 크다.
세션2가 끝나고 30분 간 휴식시간이었다. 이 때는 모두에게 캔커피를 쐈다. 멋지다 네이버.
신종 플루를 대비해 모든 행사장 문앞에 손 세정제를 배치한 것도 돋보였고, 참가자들을 적외선 카메라로 주시하면서 신종 플루 예방에 최선을 다한 모습은 박수를 쳐줄 만하다고 본다.
내가 들어간 모든 세션은 시간을 거의 칼같이 지켰다. 끝나는 시간이 5분~10분 오차가 생기는 경우는 있었지만 시작시간은 모두 칼같았다. 특히 발표자분들이 시간내에 발제를 끝마치는 모습은 아주 훌륭했다.
참, 큰 행사장이 칸막이가 내려오면서 분강 강의실로 바뀐 것, 그리고 모든 세션이 끝나고 다시 마무리 시간이 되자 칸막이가 올라가면서 커다란 강의실로 바뀐 것은 거의 압권이었다. 한마디로 멋있었다. ㅋ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선착순 1000명 한테만 식권을 준다고 해서, 꼭 일찍 와야할 것처럼 써놓고선, 아침 10시에 행사장에 도착했더니 10시 50분부터 등록과 입장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벙쪘던 것이다. 물론, 이후 행사진행은 이런 아쉬움이 상쇄되고도 남았다.
참, 인터넷은 너무 느렸다. 호텔측에서 기본으로 설치한 무선랜이 있었는데,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니까 느린 것 같았다. 네이버가 이런 건 쉽게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생각해볼 문제
구글과 네이버를 많이들 비교한다. 구글은 멋진 기업, 네이버는 못된 기업으로 묘사된다. 네이버 블로그는 펌로그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봤다. 이런 비판들에 정당성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오늘 네이버의 모습은 옹호해줄 점도 있다는 느낌을 줬다. 네이버의 단점을 덮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라 네이버가 하는 기여가 분명히 있다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검색엔진의 핵심인 검색 분야에서 지나친 광고, 블로거들에 대한 고압적 자세 등 태도를 개선하는 게 거의 핵심적이라고 생각한다.)
구글도 기업이고 네이버도 기업이다. 구글과 네이버가 웹 생태계를 주도하는 측면은 분명 있지만, 그들 또한 환경의 산물이다. 구글은 방대한 알파벳 자료를 환경으로 가졌고, 네이버는 빈약한 한글 자료를 환경으로 가졌다. 이게 두 검색 기업의 문화 차이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는 일리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한편으로는 구글에 대한 평가가 단순히 찬양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냉정히 볼 부분이 있다고 본다.(누군가의 비판처럼, 구글도 한국에서 이명박 관련 광고를 차단해버렸다.)
네이버의 오픈소스 전략
네이버가 오픈소스를 공개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은 그렇게 하는 게 네이버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고(기업이 손해보는 일을 하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 손해가 나도 장기적으로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투자’를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동안 악평받은 것을 개선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오픈소스의 장점도 있는데, 다양한 플러그인이 등장하면 오픈소스 제품을 이용하는 층이 많아질 것이고, 핵심 온라인 사업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XE가 지원하는 안전결제와 SMS는 잘되면 분명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물론 여기서 파생하는 직접수익만 바라보고 이런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네이버 같은 기업에겐 이게 푼돈일 것 같다.) 이것은 구글이나 애플의 패턴이다. 네이버가 이런 전략을 채택하는 쪽으로 방향전환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검색 자체에서는 구글 같은 전환을 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한국어로 된 컨텐츠가 여전히 영어처럼 많지는 않은 상황에서, 차라리 전문가가 직접 지식인에 답변을 다는 식으로 그동안 비판받아온 ‘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게 네이버 입장에서는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본다.(오픈캐스트나 뉴스캐스트 등으로 다른 곳에 트래픽을 준다고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실질적이지 않고 손해보는 장사도 아니다’라는 비판이 있다.)
데뷰2009에 대한 내 글은 대체로 호평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혹여나 네이버의 안 좋은 면들에 대한 면죄부가 될까 걱정되긴 하지만, 어쨌건 네이버의 오픈소스 프로그램들은 십중팔구 훌륭할 테니 많이들 활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 당장 나는 제로보드XE를 여러모로 테스트해 볼 생각이다.
다만, 네이버가 왜 악평을 받는지는 다들 한 번씩 생각해보라는 차원에서 링크를 하나 건다. 읽을만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 도아의 세상사는 이야기 : 네이버 태그로 된 글 모음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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